워크숍 및 교육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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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충남 관계자람 교육_후기 & 경험담 나눔


“친구들이 괜찮다고 말해주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충남 교육청의 초대를 받아 10월 한 중학교 관계자람수업(회복적 생활교육, 서클타임)을 했다. 3교시 3회 차로 9교시를 서클로 만나는 수업이었다. 


서클은 책상 없이 의자로만 큰 원을 만들어 모두가 서로를 바라볼 수 있고 하나로 연결되어 진행한다. 1회 차 수업에서 내가 만난 학급은 다소 에너지가 높고 큰 목소리를 내는 한 그룹과 자신의 소리를 거의 내지 않는 그룹이 있었고 대략 3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있는 것이 한눈에 보였다. 그러나 그룹 간의 갈등이나 대립이 심한 편은 아니었고 서클수업에 마음이 열려 있었다. 


그중 한 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현(가명)이는 체구는 다소 큰 편이었지만 한껏 웅크리고 앉아 있었고 눈을 거의 뜨지 않고 어딘가 불편한 모습이었다. 사전에 아무런 정보 없이 학급에 들어간 터라 그 아이의 상태에 대해 쉽게 판단하기 어려웠다. 시력이나 다른 신체적 문제인지, 인지나 발달상의 어려움인지, 심리적인 어려움인지 분간하기 어려웠고 다른 학급 친구들도 현이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였다. 눈을 거의 감고 있었고 꼭 필요할 때만 가늘게 눈을 뜨고 확인하는 정도여서 시야가 거의 확보되지 않아서 빠르게 움직일 수도 없었고 큰 소리를 내며 빠르게 움직이는 친구들 틈에서 더욱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 친구 옆자리는 항상 비어있어서 나는 항상 그 친구 옆에 앉아서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서클에서는 주로 첫 시간에 반 전체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자리를 이동하는 놀이를 하는데 시야가 확보되지 않다 보니 빈자리를 찾는 것도 어렵고 한껏 웅크린 자세로 이동하는 것도 느렸다. 그러나 학급의 다른 친구들은 현이의 그런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빠르게 달려와 자리를 낚아채듯 앉아버리는 일이 반복되었다. 


서클의 활동과 놀이가 현이에게 더 압도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어 현이를 돌보면서 진행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현이가 조금만 기다려주면 자기표현을 할 수 있는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급 친구들도 어쩌면 현이의 목소리를 처음 듣게 된 경험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눈을 감고 있을 뿐 눈을 뜨면 앞에 있는 내용들도 확인할 수 있어서 시력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확인되었다. 그렇게 조금씩 자기표현을 하면서 3회기 수업을 맞게 되었다.

 

3회기 수업에서는 서로의 마음을 연결하기 위해서 '나에게 우리 학급과 **과 같다. 왜냐하면 ~이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을 채워서 말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가족이나 집과 같은 친근하고 편안한 비유를 들었는데 세 친구들의 비유가 맘에 걸렸다. 한 친구는 자신이 싫어하는 것에 비유했고, 또 한 친구는 감옥에 비유했다. 


그리고 현이는 CCTV와 같다는 비유를 했는데 이유는 모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서 눈을 뜰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현이가 눈을 뜨지 않는 이유가 드러난 순간이었다. 


1교시를 마치고 쉬는 시간에 황급히 교실을 빠져나가려고 하는-2회 차 내내 현이는 쉬는 시간마다 복도 창가에 바짝 서서 서성거렸다-현이에게 양해를 구하고 짧은 대화를 나눴다.

 

"아이들이 모두 너를 바라보면 어떨 것 같은데?"

"내가 실수를 많이 해서 나에게 모두 비난할 것 같아요."

"나는 현이가 눈을 감고 있는 것이 두 가지가 염려돼. 하나는 눈을 감으면 주변을 볼 수 없어서 현이가 더 위험해질 것 같고, 두 번째는 친구들의 표정을 볼 수 없어서 실제로 친구들의 마음이 어떤지 확인할 수 없어서 친구들과 더 오해가 생길 것 같아. 친구들에게 어떤 부탁을 하면 현이가 조금 더 교실 안에 있는 것이 편안하고 안전해질까? 나는 적어도 현이가 눈은 뜨고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고 그것을 돕고 싶어."

"친구들이 괜찮다고 말해주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대화를 시작하자 흐르던 눈물이 멈추지 않은 채 현이가 대답했다. 나는 현이에게 내가 친구들에게 우리가 대화한 내용을 알려도 괜찮은지 물었고 현이는 괜찮다고 했다. 


2교시가 시작되어 나는 아이들에게 현이와 나눈 대화를 들려주었다. 나는 적어도 현이가 눈은 뜨고 다닐 수 있도록 돕고 싶고 2회기의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급 친구들에 대한 신뢰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다시 한번 토킹피스를 사용해서 반 전체의 목소리를 한 사람씩 차례차례 현이에게 들려주기 시작했다. '실수해도 괜찮아' '눈 떠도 돼' '우리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야' '지난번 네가 나에게 말 걸었던 것처럼 우리에게 다가와줘.'.... 한 친구 한 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지는 동안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이 터져나와 눈을 뜨지는 못했지만 현이는 한 친구 한 친구의 목소를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학급의 아이들은 한결 더 의젓하고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을 느끼면서 가슴이 활짝 열리고 따뜻하게 서로 연결되는 느낌을 경험했다. 모두의 이야기를 듣고도 현이는 한참이나 더 흐느껴 울었는데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지만 지금은 말하기 힘들다는 표현을 하고 2교시 수업을 마쳤다.

 

3교시에는 우리 학급에서 나에게 필요한 가치-안전, 존중, 경청, 공감, 배려, 돌봄, 협력, 평등... 등-를 선택하고 그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친구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을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현이는 '안전'을 선택했고 안전하게 함께 놀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하고 친구들에게 조금  천천히 행동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수업을 마친 뒤 현이에게 이번 수업이 도움이 되었는지 물으니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비록 학급을 싫어할 수도 있고 학교라는 공간에서 느껴지는 강제성이 감옥처럼 느껴질 수는 있지만 적어도 그 공간이 누구에게나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프로젝트의 이름처럼 우리 모두 관계에서 조금씩은 자라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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